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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강릉을 돌아 보다

March 13, 2019

나는 며칠째 오죽헌에 귀퉁이에 반듯하게 자리잡은 사랑채를 붙잡고 있습니다.

선비의 색을 닮은 흰벽은 나무 기둥들과 들보들이 선과 면의 기막힌 분할을 만들어 냅니다.

그것은 면이 선을 만드는가 싶으면 선이 면을 만들기도 하는것입니다.

벽은 팔각 지붕의 휘어진 처마가 부드러운 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지붕과 기둥을 잇는 공포는 주심포입니다. 저는 측면에서 보이는 단정하고 음전한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웠습니다.

당신 손에 들린 카메라가 잘찍어 주기를 바랄 밖에는요.

 

사랑채 작은 툇마루는 10개의 주련이 걸렸는데, 힘이 넘치는 추사의 글씨로 感慨甘棲遁(감개감서둔) 써있습니다.

 “어떤 느낀 바가 있어 기꺼이 바위산에 은둔하시려고 합니까?”

 

나는 이런 낮고 처마가 휘어져 있고 음전한 모습을 곳을 압니다.

선운사 대웅전을 돌아 한켠에 자리한 관음전입니다.

초록의 잔디를 밟고 돌담위에 오도카니 앉은 작은 암자 하나가 반들반들 마음을 정처 없이 닦아댔습니다.

자리에서 하염없이 울렁이는 마음으로 나도 짖을 지어볼까 그럴수 있을 ...

 

오죽헌 사랑채도 그랬습니다. 팔각 지붕의 화려한 처마선 끝에 울곡 선생의 시처럼 산이 토해놓은 달이 걸리면 빛을 받아 하얀 선비의 색이던 벽과 단정하게 벽을 나누던 기둥과 들보들을 등에 지고 신하의 도리와 사임당 어머니에,대한 그리움으로 서성일 율곡 선생이 보이는 듯해 하염없이 가슴이 울렁거렸습니다. 아마도 진정 맑고 아름다운 얼굴이었을 듯합니다.

대관령을 넘어선 바닷바람이 불어 숭숭한 동네에 동시대를 살아내며 조선 중기의 예술과 학문을 이끌었던 집안이 있습니다.

알다시피 오죽헌의 율곡과 사임당 그리고 초당의 나무 많은 집안의 보물 균과 난설헌 초입니다.

균의 집은 오죽헌 보다는 규모면애서 작아 보였으나, 피가 뜨거운 천재를 토해낸 집답게 바람이 집을 감싸고 기등을 타고 집안 곳곳을 돌아 다니겠구나 싶었습니다.

오죽헌과 마찬가지로 초당의 집도 지붕은 팔각지붕이어서 처마의 선이 유려하고 블룩한 집채가 안채와 사랑채를 드나들던 닦인 끝에 작은 문이 있어

곳을 드나들며 난설헌이 시를 쓰고책을 읽었을 것이고, 자식을 잃은 어미의 애끓는 심정을 녹여 냈을것입니다.

곳에는 ,난설헌,, ,집의,시비들이 있습니다.

 

집은 강릉땅 돌쌓인 강가에 있어(家住江陵積石磯)

문앞을 흐르는 물에 비단옷 빠네.(門前流水浣羅衣)

아침이면 한가로이 매어 두고(朝來閑繫木蘭棹)

지어 나는 원앙새 넋을 잃고 바라보네.(貪看鴛鴦相伴飛)

난설헌은 신비롭고 고독한 시어들을 만들어 냈다.

스물 일곱에 자식을 앞세우고 요절한 그녀의 삶에 이세상에ㅡ발붙이지 못하는 그녀의 시어들이 따라 다닌것이 아니겠습니까

 

 당신은 나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사임당이 될수 없었던 내가 난설헌 초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