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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January 03, 2018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핏줄과 사랑의 이야기다.
나는 이 사람의 글을 처음 읽는다. 근친상간이라는 자극적 소재와 스릴러에서나 쓰일 법한 신선한 전개 방식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시선은 담담하기 그지 없다.
맹렬히 끓어 오르는 분화구를 덮은 아이슬란드 빙하처럼 고요하고 쓸쓸한, 하지만 담담한 무게를 견디게하는 글이다.
어떤 표현은 번역체를 닮았지만, 그건 그대로 또 나름 신선하다.

이 글은 어머니의 고통을 이해한 카밀라가 아버지를 찾아가는 동안 인물의 내면과 속성을 들여 다 보는 이야기다.
그건 인간의 내면에 잠자는 심연과도 닿아 있고, 이 작가는 하나의 이야기를 통해 그 심연에 닿아 있는 가지를 얼마나 뻗어 낼 수 있나를 보여준다.
김연수는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카밀라가 집착하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와 어머니 정지은을 교차 시키며 주변 인물들에 대한 압박을 시작한다. 그리고 시대와 자본주의의 메커니즘에 대한 고발로 이어지며 시대의 비극이 어리고 연약한 한 소녀의 목숨을 담보로 그 주위로 다들 숨어 들었다.
또래의 소녀들은 시기와 질투로, 소녀를 지켜야 했던 어른들은 그들의 입지를 위해 소녀의 희생을 다행으로 여기며 그 뒤로 숨었다.

김연수는 인간의 내면에 감추고 싶어하는 추악함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시작점도 끝도 없는 스스로 깨닫기 전에는 결코 마무리가 없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이 이야가꾼의 전개는 너무도 신선하다.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기법이다. 스토리 텔링에 아주 능한 작가다.

아마 이제부터 나는 이 작가를 샅샅이 훑어 볼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