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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사월의 미 칠월의 솔

February 12, 2019

김연수는 매타포가 뛰어난 작가다.

시계, 빗소리, 기린,코끼리...안개..

단편 마다 작가는 이런 매타포들을 통해 추억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 메타포 중에도 빗소리는 최고가 아닌가 한다.

 

추억에서 살아나와 현실을 들락거리는 사람

파멜라에게 추억은 현실을 살아가는 힘이다.

빗소리로 남은 사랑...

사월의 미인 빗소리가 칠월이 오면 솔까지 올라간다.

빗소리에 따라 파멜라의 사랑은 사월부터 시작해 칠월에는 솔만큼 커지고 솔만큼 절박해졌다

추억은 아무런 힘이 없어라는 노래는 추억의 위대함을 모르는 사람이 부른게 틀림없다.

파멜라에게 사랑에 대한 추억은 그녀를 살게하는 힘이다. 빗소리가 높아지며 사랑이 클라이막스를 맞이했다. 솔에서 맞이한 클라이막스는 빗소리와 함께 그녀 안에 살아 미로 시작하고 솔까지 갔다가 꺼지길 반복할 것이다

 

작가 김연수는 개별적 고통안에 역사나 집단적 고통을 녹여 쓰는 작가다.

개개인이 맞서기에는 부족하고, 나약한 형태의 고통이 개인의 경험과 고통안에서 표현된다.

그러면 고통이 희망은 아니라도 형태가 수는 있다.

 

그는 애둘러 피하는 법이 없고, 숨기는 법이 없다. 그런면에서 작가는 정직하다.

작가에게 나타나는 역사의식이나 시대적 소명이 전면에 나타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회피하지도 않는다.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채처럼 지고 가야할 책임과 의무를 똑바로 쳐다 본다.

 

깊은 기린의 말에서는 아픈 아이와 아픈 개가 기린을 통해 서로 교감한다.

마음이 닫힌 아이가 있는 집에 부모는 마음이 닫힌 아이가 되어 세상을 보아야한다.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읽고 아이에게 전달 해주고, 아이의 세상에 들어가 보아야 한다.

소설은 아픈 아이와 시인이 되는 엄마와 아픈 개를 찾아 다니는 어린 쌍둥이의 성장 소설이다

그런데 소설은 어린 아이의 눈이 화자다. 아이의 천진함이 소설의 여백을 만들어낸다.

여백은 소설의 무거움을 걷어 내고, 상황적 아이러니를 만들어 낸다.

여러개의 희망은 선택을 주지만 하나의 희망은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구체적이어야 한다. 희망은 아이 보다 하루만 사는것이다. 하나 남은 희망이 이들에게는 그것이다.

 

이렇듯, 작가는 장치가 뛰어난 작가다

소설적 싯점을 활용할 줄알고, 아주 화려한 문장으로 묘사가 뛰어나지만 그렇다고 서사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이건 역사적 사실이나 사회성 짙은 소재를 장치로 쓰기 때문이다.

문장이 어렵고 플롯이 밋밋해 이미지화 시키는데는 어려움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소설을 이끌고 나가는 힘은 강력하다.

이런 장치들이 소설을 고급스럽게 만든다.

소설로 인해 그동안 허기졌던 지적허영을 느낄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