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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레가토 권여선

March 05, 2019

권여선은 누군가는 써야하기 때문에 소설을 썼다고 했다.

79학번의,이야기는 86학번인 내게는 90학번들 보다 낯설고 멀다.

그들과 공유한게 많아도 낯설다.

그들과는 학습들을 통해 지금은 쓰지 않는 언어를 공유하기도 했고, 더운 여름날 뜨거운 항쟁도 같이 했지만, 어쩐지 낯설다.

그들에게는 가로지른 선이 있다.

 

레가토는 끊어 지지 않고 이어진다는 음악 용어다.

그리고 모든 소설적 함축을 담아 내는 말이기도 하다.

1979 시대가 가진 메타포는 길고 유신의 끝이면서 다른 군부 독재의 시작을 알리는 일임과 동시에 끝에는 언제나 다음 해에 따라올 광주가 기다리고 있다는걸 얘기한다.

 

이야기는 누군가에 의한 폭력으로 변해버린 관계에서 시작한다.

폭력이 단절을 낳지 않고 폭력이 관계의 시작이 되어 바린 이야기다.

그리고 여기에는 집단적 부채와 상처가 있다.

 

79학번 전통문화예술 써클 동기들은 사라진 동기 정연에 대한 저마다의 기억과 추억과 부채가 있다.

삼십년을 넘나들며 갑자기 나타난 정연의 동생 하연이 사라진 정연을 소환해 그들 앞에 세워 놓고 저마다의 부채감을 떠올리게 한다.

정연은 광주에서 사라졌다.

광주 한복판 금남로에서 막힌 사실을 알려야 같아 두눈 부릎뜨고 있다가 그렇게 사라졌다.

우리의 광주는 피를 잉태한 혁명의 도시였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광주의 피를 먹고 태동한 저항이 항쟁을 치루고 민주주의를 쟁취해 냈다.

이렇게 절절한 뜨거운 아픔이 남아있는 역사가 줌도 안되는 이유로 정치적 무기와 도구가 되어 연약하게 공격 당하는 현실이....

역사의 절절한 비극을 만들어낸 당사자들에게 부정당하고 외면당하는 일이 분노를 넘어 아픔을 느낀다.

 

우리에게 광주는 힘겹게 시대를 끝내고 악랄한 시대로 접어드는 터널 같은 것이다.

터널은 아직도 지나는 중인가.....

 

정연이 신화로 남은 이야기를 마치고 그들에게 돌아가는 길이길 바란다.

 

소설도안녕 주정뱅이처럼 강렬하다.

다른 소설처럼 흘러가는 이미지가 아니라 새겨지는 각인같은 소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소설을 읽어 보라고 가볍게 수가 없다

질펀한 사투리로우리애기얼굴을 쓰다듬던 광주의 어머니들이 있는 , 재미삼아 읽어 그런 소설이 아니다.

 

 

 

 권여선의 소설적 기법은 과감한 여백을 만드는데 매력이 있다

과하다 싶을 만큼 장면을 날리고, 표현을 생략한다.

그렇게 잘려나간 장면은 독자의 머릿속에서 레가토로 이어진다.

나는 정연과 인하가 하연과 만나 가적임을 증명 받을 것이라는데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는다.

 

소설에서 인물들은 작위적이다 싶을 만큼 인물들이 짜임새 있게 관계를 맺는다.

인물과의 관계를 설정하고 속애 인물들을 통해 주재를 풀어 내는 일이 소설의 일이라 치면 작가가 인물과의 관계를 통해 많은 씨줄과 날줄을 엮는다.

 

그래서 이작가의 능력치를 높이 산다.

 왜냐면 대부분은 사건을 서술하는데 작가는 사건을 인물을 통해 설명하기 때문이다.

대표성을 강하게 지닌 인물들이 더욱 생생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