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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절대로 죽지 않는 이야기 미망

August 21, 2016

박완서- 미망


우리 민족에게 민족성이란 대의를가지고 뭔가를 이룰 때만 나타나는것은 아니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는다고, 위대하지 않은건 아닌 것처럼...

4대에 걸친 한 가문의 흥망성쇠 이야기가 나라의 쇠퇴와 퇴락을 겪고 패망도  겪고 민족의 아픔을 겪어 내면서 씨줄과 날줄처럼 얽힌 인물들의 이야기 그것은 예전에도 오늘에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군상들이다.

자수성가하고 아들을 앞세운 전태만의 태임에 대한 집착은 동해랑을 읽어내는 시작이다.
태임에 대한 겹겹한 사랑 때문에, 며느리의 외도도 용서하고, 이부의 핏줄을 오롯이 태임에게 넘겨준다. 그것은 윤리나 도덕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다. 내 식구의 핏줄은 그게 누가 되었든 내 핏줄이라는 믿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곳이 개성이 아니었다면 있을 수도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개성은 본디 그런 곳이다. 조선을 배척하고 고려에 남은 의리로 조선의 신하되길 거부하고,고려의 상인으로 나서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 그 개성 상인들의 질긴 이야기다.
그리고 민족의 이야기다. 간도나 만주의 땅을 일구고 정착하는 일은 국가의 일이 아니라 민족의 일이었다. 그 시절 국가는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재산을 간수하고, 불리면서 민족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이야기이자 역사이다.
순수하고 물 같아서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밖에 할 수 없는, 역사의 귀퉁이에라도 이름을 남기지 못하는 일반 백성이라서 가능한 이야기 말이다.

국가 보다 앞서고 국민보다 위에서는 민족의 이야기....그 죽어서도 잊지 못하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민족 자본의 성립에 근본을 두고 있다. 고려에 대한 의리로 상업을 일구고 살았던 개성이라는 곳에서 국운의  솨락과 함께 패망을 맞이 하며 젼화하는 자본의 특성이 한 일가의 역사와 함께 잘나타나 있다.
일가붙이들을 보듬고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지켜 냈던 태임과, 민족의 자긍심을 대표하는 태남 남매
그리고 지식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다 민족자본가의 뚜렷한 형상을 보여주는 종상.....그리고 현실주의 자본가 아들 경우, 자유와 열정을 동경하는 여란, 나약하고 주체성이 결여된 식민지 지식인 상철, 열등감의 발로로 친일이 된 승재. 개성 인삼을 강화에서 이어 간 욕심 많은 농사꾼 경국.

이 소설은 여성이 쓴 가족사 이기도 하지만.....그에 앞서 민족적 수난기를 기록한 민족문학이기도하다.
역사에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독립을 지원하는 사람도 있었고, 민족을 바꿔 일신의 안위를 챙긴 사람도 있고, 하지만 대부분은 시류의 흐름대로 흘러 간 사람들이다. 시류 보다 앞서 핍박을 받았고, 국가 보다 앞서 수탈을 당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그저 그 시대를 살아 낸 사람들이다. 그래서 민족성은 말살되지 않았고, 
고려인삼을 개성에서 끝내지 않고 강화로 옮겨 와 맥을 이었다.

그리고 만주와 간도를 개척한 사람들 혹은 선구자....
수탈의 시간을 일가 친척을 끌어 안고 버티던 시대의 무게
다음 세대로 이어질,기록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