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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박범신-은교

August 12, 2016

은교, 욕망의 그늘 아래에 선 거울에 비친 인간의 자화상

 

시인 적요는 은교를 통해 욕망이 발현되고,제자 지우를 통해 자신의 본능을 훔쳐 본다. 늙어 사라지고 싶지 않은 인간의 욕망.

시인은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집착과 동경....찰나의 순간에 지나간 젊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는데, 은교를 통해서는 지나간 젊음에 대한 아련함과 안타까움을 지우를 통해서는 빼앗아서라도 가지고 싶은 집착을 본다.

 

우리에게 은교는 찰나의 젊음이고, 자유다. 

우리에게 서지우는 거짓이고 망설임이며, 빼앗아서라도 가지고 싶은 이기심이며, 추악한 안간 본성이다.

우리에게 시인은 화장으로 본 얼굴을 감춘 어리석은 집착이다.

그 근원을 들여다보면 적적하고 고요한 곳에 들어 앉아 은빛 다리를 상상하는 두 얼굴의 욕망이며 상상을 집착으로 키워가는 욕심이다.

그나마 우리는 이드와 에고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하는 시인을 통해 거울에 비춰보는 우리를 본다.

 

시인은 갈망하다, 훔쳐보다, 스스로 상상에서 미끄러져 내려온다. 은교에 대한 갈망은 꺼져가는 불꽃이 마지막에 반짝 발화하는 불꽃이다. 서서히 꺼져가는...

이제 시인은 욕망과 집착과 어리석음으로 부터 결별을 선언하고 자유로와 져 영원히 젊은 나의 신부 은교를 소유할 때다.

은교는 포근한 누이였으며, 빛나는 욕망이며,순결한 신부이다. 그리고 시인이 바라는 모든 것이었다.떠남으로해서 자유로이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아직도 이해하기 힘든건 박범신의 문체다. 

젊은 작가 박범신은 내용을 뛰어 넘는 날카로운 문체를 가지고 있었다. 

통속과 순수 사이를 교묘히 넘나드는 내용은 날카로운 문체로 인해 과장된 평가를 받았다는게 내 생각이었다.

그런데 은교의 문체는 뭔가 내면적이다. 어수선한 전개를 단박에 정리하는 단정하고 수수한 문체....예전의 바늘같이 날카롭던 문체는 은교처럼 은빛의 빛이 나는 문체로 다듬었다는 생각이 든다. 

늙은이의 머릿속처럼 희미한 경계를 가진 채 어수선하게 넘나드는 전개는 아직은 스스로가 쓸만하다는 적요의 상태가 점점이 점멸해가는 늙은이 이상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