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t21

Lifestyle

상춘곡(賞春曲)

February 23, 2009

언제던가? 한 몇 년 산에 미친 적이 있었다. 

전국 방방곡곡 안가 본 산이 태백산과 민주지산...일 정도로...

길이로 치자면 거의 백두대간을 다 탔을 정도니 경력으로 따진다고해도 아마 난 산꾼 소리를 들을 수 있을 터였지... 

그리고 미국으로 오기 이태쯤 전 산에 대한 욕심이 극에 달했을 때 지리산 종주에 겁도 없이 무박 도전을 했다... 

다른건 차치하더라도 10키로가 넘는 배낭이 제일 힘들었고 발에 잡힌 물집이 가장 난적이었던 것 같다. 

백두대간 1구간인 천왕봉~ 성삼재 코스를 완주하고 지리산 온천에 몸을 담그면서 이제는 지리산을 그리워 하지 않아도 될것이라는 느낌을..... 

꼭 그맘때면, 산 등성에 철쭉이 피고, 봄 꽃이 만개 할 때 그쯤이면 지리산을 꿈꾸며 지리산 안에서 부는 바람 소리를 가슴에 담지 못해 불안해하던 어리숙한 일을 이제는 그만둬도 되겠다 싶었다. 

입춘을 지나면서 부터 부지런히 꾸리기 시작하던 베낭... 베낭도 두어개는 떨어져 버리고 등산화도 두어개 떨어뜨린 후에야 나는 비로소 산에가는 일을 멈출수 있게 되었다. 

지리산을 다 밟은 후에야 산에서 내 가슴을 뚫고 지나치던 바람이 나를 놓아준 셈이다.  

이맘 때면 언제나 그리움 담은 봄볕이란 놈의 망령을 마주하고 꽃이나 바람이 몰고 올 봄 향기의 나름함과 기대에 젖곤 하는데...

올해는 유난히 겨울이 춥고 길었다...

내가 사는 곳에는 산이 없다, 산으로 해가 뜨고 지던 걸 보아 자랐던 나에게 땅위 키 큰 나무 위로 해가 지고 뜨는 걸 보는 경험은 아주 생소한 일이었지만 

그나마 몇년 어려운 적응기를 통해 이겨 내고 가슴에 부는 바람이 잦아 들었다 생각했는데..

올해처럼 유난히 길고 추운 겨울을 보내는 덕에 다시 한국 산을 향한 향수가 ....

 

이즈음 내게 남은 숙제...... 

올 봄에는 나들이를 얼굴이 까매 지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봄볕이란 놈의 망령 아래에서 꽃구경도 해야하지..... 

동백이나 매화나 산수유가 없어 싱겁긴 하지만 그래도 봄이니 나들이를 해야지. 

 

지금은 선운사 본전 뒤뜰에 산 가득 동백이 피었을까??

또 다시 그 계절이 온거 같다...이리 까닭 없이 가슴이 설레이는 걸 보면...